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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보내며, 그리고 2026년을 앞두고

· 약 11분
Ryukato
BackEnd Software Developer

2025년은 한 단어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해였다. 뭔가를 크게 이뤘다고 말하기도 애매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었던 해도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계속해서 판단하고, 멈췄다가, 다시 방향을 잡는 시간에 가까웠다.

상반기, 그러니까 5월 말에 TheFirstPark를 나왔다.
진행 중이던 모바일 전환 프로젝트는 드랍됐고, 개발 중이던 서비스 프로젝트 역시 런칭에 필요한 사업적 조건들이 정해지지 않아 지연됐다.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 속에서, 이곳에 합류했던 이유와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흘러왔는지를 받아들이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와서 보면 부족했던 점들은 꽤 명확하다.
모바일 전환 프로젝트의 경우, 턴키 방식에 대한 과한 신뢰, 관리와 품질에 대한 기준의 부재, 외주를 ‘같이 가는 파트너’로 보기엔 준비가 부족했던 점들이 있었다. 회사 자체 서비스 또한 런칭에 필요한 요소들을 단계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며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그때는 “그래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꽤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낙관이라기보다는 회피에 가까웠다. 그 이후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인터뷰와 최소한의 검증을 반드시 거치려는 쪽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속도보다 기준이 먼저라는 것, 그리고 중간중간 체크 포인트를 통해 프로젝트의 진행과 방향이 맞는지 확인했어야 했다는 걸 꽤 아프게 배운 셈이다.

6월에는 이사를 했다.
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고, 새로운 세입자분을 만나면서 회사와 커리어라는 일적인 부분을 잠시 잊고 지냈다. 커리어와는 크게 상관없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삶의 리듬을 다시 잡는 데 꽤 중요한 시간이었다.

7월부터 10월까지는 이직 준비를 하면서 여러 인터뷰를 경험했다.
솔직히 말하면 즐거운 경험만 있었던 건 아니다. 리쿠르팅 단계와는 전혀 다른 태도의 인터뷰, 무엇을 보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질문들, 지원자를 대하는 톤과 매너가 아쉬운 자리들도 있었다. 시시콜콜 하나하나 따지고 싶진 않지만, 지원자를 대했던 과거의 나의 경험과는 너무나도 상반되어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반대로, 꽤 인상 깊은 경험들도 있었다.
질문이 일관되고, 직무와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무엇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인터뷰들이었다. 이런 만남과 시간을 통해 좋지 않았던 경험으로 생긴 감정들이 일부 해소되었고, 지원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여러 회사와의 만남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보다는 “앞으로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와 톤 & 매너를 지켜가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11월, 지금의 자리에서 CTO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몇 달은 정말 말 그대로 아둥바둥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듣고, 회사의 분위기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서비스와 도메인은 또 다른 세계였다.
디지털 광고 용어를 다시 공부하고, 미팅을 거듭하면서 각 서비스 컴포넌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디가 강하고 어디가 약한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업무 진행 방식이 프로젝트마다 다르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프로젝트의 성공보다는 R&R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리뷰의 부재로 인해 진행 과정에서 불분명한 소통과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R&R을 기준으로 각자의 역할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리뷰를 도입하는 프로세스를 정리했다. 지금은 그 흐름이 잘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며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개발 환경과 도구들도 전수 조사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통일을 진행 중이고, 아직 완성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Monorepo 프로젝트도 실험적으로 도입해 Python에서 Java로 마이그레이션하는 프로젝트에 적용해 보고 있다. 잘 될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사업적인 역할도 점점 늘어났다.
신규 고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약 구조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서비스의 부족한 점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필요한 기술과 접근 방법을 공부하며, POC를 만들어보는 과정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지나온 2025년을 정리해보면, 이 해는 무언가를 ‘완성’한 해라기보다는 기준을 다시 세운 해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2026년에는 조금 다른 방향의 일을 해보고 싶다.
무언가를 더 빠르게 만들기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더 자주 확인하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일하는 방식과 협업의 기준을 정리하고,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지 않도록 팀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누군가의 경험치나 성향에 의존하지 않아도, 일이 일정한 품질로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팀마다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분명히 하고, 그 서비스를 오래 들여다보며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이해하는 깊이가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성장이 다시 서비스의 안정성과 품질로 돌아오는 흐름을 만들어보고 싶다.

레거시와 신규 컴포넌트도 더 이상 미뤄두지 않으려 한다.
무조건 버리거나 무조건 안고 가는 선택 대신, 지금 우리에게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기준을 세우고 정리를 통해 가능하다면 비용은 최대한 아끼고, 검증은 빠르게, 출시까지는 담대하게 가져가고 싶다.

2026년이 끝났을 때, “바빴다”보다는 “조금은 단단해졌다”, 그리고 “내가 없어도 시스템은 돌아간다”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또 부족하고, 또 흔들리겠지만, 그때마다 다시 기준으로 돌아와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