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와 LinkedIn에 대한 짧은 생각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문맥이나 환경에 따라 여러 페르소나를 가지게 된다. 직장에서의 나, 가족 앞에서의 나, 친구들 속에서의 나,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의 나.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는 어떤 말이든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직장이나 온라인에서의 나는 주변 환경과 그 안의 프레임(혹은 테마)에 따라 의견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복합적인 페르소나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한다.
LinkedIn은 직장인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의 핵심 문맥은 직장, 즉 업무 환경이다. 따라서 LinkedIn에서 드러나는 나는 직장에서의 페르소나다. 업무 경험, 환경, 포지션,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다시 말하면, 나의 직장인으로서의 페르소나가 어떤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채용이나 업무와 관련된 글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글은 자연스럽게 사실이나 결과에 기반하며, 게시물의 품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특정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나 주관적 느낌을 짧게 올리는 것, 그리고 그 글에 아무런 근거 없는 댓글을 다는 행위는 어떤 페르소나에 기반한 행동일까? 예를 들어 A/B 테스트나 사용자 설문 같은 근거 없이, 윗선의 단순한 느낌에 따라 UI나 서비스의 핵심 기능이 바뀌었다면, 사용자는 그저 비슷하게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평가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서비스 제공자의 근거 없는 판단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단순히 사용자의 감상일 뿐이지 않은가? 또한 그런 글에 직장인으로서의 페르소나로 아무 근거 없이 동조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위일까?
물론 모든 행동이 문맥과 페르소나에 딱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라는 공간, 즉 나라는 사람과 내가 가진 페르소나가 드러나는 공간에서 철저히 개인적인 페르소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작은 행동이나 원인이 시간이 지나며 예상치 못한 큰 결과로 이어진다는 개념이다. SNS라는 공간에서 문맥과 상황, 그리고 그 속의 페르소나를 무시한 채 글이나 생각을 올린다면, 그에 따른 단기적 혹은 장기적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아, 별생각 없이 쓴 글이에요”라는 변명으로 충분할까? 오히려 그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함께 일하는 동료나 자신이 기획·구현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도 “별생각 없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회사나 개인의 결과를 두고 가볍게, 아무런 근거 없이 평가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일하는 자리에서, 동료들 앞에서 그런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개선 결과나 서비스 변화에 대해 글을 올린다면, 직장인으로서의 페르소나에 맞게 최소한의 근거와 발전적인 의견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자신에게도, 대상에게도 도움이 되고,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의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물론 모든 글이 무겁고 분석적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가벼운 경험이나 개인적인 느낌을 나누는 것도 소통의 한 방식이고, 관계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LinkedIn이라는 공간이 직업적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무대라는 점을 잊지 않고, 가벼움 속에서도 최소한의 진정성과 맥락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가볍게 내뱉은 한마디가 나도 모르게 ‘아무나’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내가 어떤 페르소나로 남고 싶은지를 늘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